일을 나갈 때 아내가 “박 선생님 일행이 숲 해설을 해달래요.”라고 아침인사 겸 전달한다.
일요일이라 가볍게 덩굴만 조금 걸을 생각이어서 “네”라고 답했다.
휴대폰을 가져가지 않아서 일하는 시간이 대략 1시간이 됐을 것이라며 내려왔다.
일하는 동안 차밭 소개를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가벼운 아침 인사로 시작. 오늘은 최고의 날입니다.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자주 듣습니다.
편집해서 듣지 않고 통째로 듣는 경청에 대해 나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 아니 여성들의 수다법 ‘정말 왜 이래, 진짜 헛소리 따라하기’를 소개. 여성들은 짧은 이 한마디로 며칠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질문을 두려워하고 대화를 하면 내 말만 옳다는 식이다.
그래서 어떤 글을 보면 댓글을 논리적으로 쓰려고 하거나 답을 찾으려 하면 댓글을 달지 않거나 눈을 떼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공간인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그냥 엄지손가락을 치거나 이모티콘이 아니면 ‘ㅠㅠㅎ’ 등을 날린다.
그래도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짧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읽지 않고 대화가 끊긴다.
공감을 표시하면 된다.
답을 잘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가르치려 하고 내 생각에 맞추려고 설득시키려 한다.
이 방식을 바꿔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를 정도로 그렇다.
싸움은 대부분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정치인들이 왕따가 돼 물의를 빚는 걸 보면 얘기를 많이 하고 나만 맞다고 한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고 본인을 둘러볼 생각은 없어 보이는 것과 상대를 지적한다.
또 아는 체는 심하다.
그래서 외면당한다.
내 모습이기도 하다.
자신에 대해서도 항상 물어야 한다.
질문이 세상을 바꾼다.
오늘 아침은 누가 깨웠을까. 왜 깨어났을까.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그래서 물음이 방향을 이끈다.
질문이 안내하는 것이다.
숲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새들과 풀벌레가 이야기하고 바람이 지나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말 없는 나무도 풀도 없다.
살아온 인생 이야기는 모두 감동이다.
토끼풀 괭이줄기가 사위로, 오이풀, 청미래, 덩굴, 생강나무, 차나무, 시집가는 풀꽃…어리고 약할 때 자신을 지키려고 많은 가시를 드러내는 업목, 두릅나무, 자라며 나이가 들수록 날카로운 가시를 떨어뜨린다.
흙도 좋은 흙은 단단하지 않고 둥글둥글한 무리의 구조를 이룬다.
보습력과 통기성 등이 좋아 미생물이 살기 좋고 식물이 뿌리내리기에 좋은 조건이 되는 것이다.
자세히 볼수록 자세히 만날수록 식물과 눈을 마주치는 시간만큼 많은 이야기를 한다.
식물의 삶도 우리의 삶도 생명체로 사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길에서 자신을 밟히며 사는 조건에 가장 적합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광경만 봐도 그렇다.
부드럽고 탄력 있고 튼튼해 부러지거나 망가지지 않고 살아간다.
거센 바람보다 부드럽고 따뜻함이 행인의 겹옷을 벗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