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캠 ‘인천 흉기난동’ 현장 이탈

인천 층간소음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자 측이 경찰의 허술한 대응을 뒷받침하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사건 당시 삼단봉과 테이저건으로 무장한 채 우왕좌왕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피해자 측은 출동한 경찰관이 책임을 줄이기 위해 주요 증거인 폐쇄회로(CC)TV 영상도 삭제했다며 경찰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40대 여성의 남편 A 씨와 법률대리인 김민호 VIP로펌 대표변호사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확보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5시 4분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 3층에서 B 씨가 A 씨 부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A 씨와 인천 논현경찰서 소속 C 전 경위는 대화를 나누다 비명소리를 듣고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이때 위에서 내려오는 D 전 순경을 만났는데 D 전 순경이 자신의 손으로 칼을 찌르는 동작을 했다.
C 씨는 D 씨와 함께 건물 밖으로 나왔고 A 씨는 가족의 신변을 우려해 사건 현장에 올랐다.

빌라 밖으로 나온 경찰관들은 즉각 재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C 전 경위가 빌라 출입문 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 돌아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5시 6분 C 전 경위와 D 전 경사는 각각 삼단봉과 테이저건을 꺼냈다.
5시 7분 건물 안으로 재진입한 경찰관들이 피의자를 체포하고 내린 시각은 5시 11분이었다.
A 씨의 아내는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고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다.
A 씨의 딸도 얼굴과 손등을 다쳤다.

피해자 측은 경찰이 부실 대응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 영상을 고의로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출동 당시 D 전 순경이 착용하고 있던 폐쇄회로(CC)TV 영상이 유일한 증거였지만 D 전 순경이 11월 19일 감찰 조사 후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고 한다.
피해자 측은 “경찰관이 건물에 재진입한 뒤에도 최소 수십 초 이상 (CCTV가 없는) 23층 사이의 공간에 잠시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D씨는 자체 감찰을 받는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가 현장을 촬영했는지 질문을 받았고 감찰 조사 후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D 씨는 보디카메라 용량이 꽉 차서 껐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부실 대응 논란 속에 해임됐고 인천경찰청은 이들뿐 아니라 당시 논현경찰서장과 지구대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A씨는 이 사건은 경찰의 안이한 대응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돈을 빌려 환자를 돌보고 생계비를 충당해야 하는 현실이 살기 싫을 정도로 참담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경찰의 책임감 있는 해명과 현장 이탈 경찰관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신속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백의 기자/경향신문